항목 ID | GC027B02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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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 용몽리 시장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전계영 |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덕산읍으로 가려면 진천 IC로 들어서서 오른쪽 방향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된다. 가산삼거리를 지나면 ‘생거진천 꿀수박’이란 이름과 함께 먹음직스러운 수박이 아주 크게 박혀 있는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광고판을 지나 덕산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왼쪽 편에는 온통 공장들이 있음을 알리는 수두룩한 푯말들이 보인다.
국도 21호선을 타고 4㎞를 달려 나무가 울창한 길을 지나면 이월삼거리가 나온다. 그대로 쭉쭉 달려 합목교를 지나고 한천교를 건너면 상가가 많은 시장마을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용몽리 시장마을이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왕자신발’이란 가게로 용몽리 상가번영회장을 만나러 들어갔다.
상가번영회장도 그렇고 부인도 그렇고 인상이 아주 좋았다. 옥수수를 쪘다며 우리에게 건네주는 모습에서 시골 사람 특유의 인정과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장날이라 바로 옆 골목에서는 상인들이 물건을 주욱 늘어놓고 있었다.
[장날에는 사람 구경만 했지]
조성계 용몽리 상가번영회장에게 덕산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청했다. 예전에는 참 사람도 시장도 활기찼지만 지금에 와서 옛이야기가 무슨 소용이냐고 하시면서도 추억들이 생각나는지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얼마 전까지도 덕산장은 규모도 크고 사람도 바글바글했다고 한다.
“우리 어릴 적에 여기 와 보면, 장날 와 보면 머리만 까맣게 보여요. 사람이 하도 많아서. 길은 좁고, 그치요? 그때는 이렇게 넓지 않았죠. 길이.”
지금 시장마을을 지나고 있는 길은 도로를 정비하면서 넓게 길을 내고 포장을 한 것이다. 지금은 차 두 대가 오고갈 정도의 너비이나 예전에는 이렇게 넓지 않았단다. 사람들이 주로 걸어 다녔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인도 폭 정도 되는 너비가 아니었을까?
“좁았어요. 옛날에는. 우리 어렸을 때 좁아서 이렇게 언덕이 더 높았어요. 그래서 저쪽 시장 쪽을 이렇게 보면 어리니까 그랬는지 사람들 머리만 이렇게 많아. 머리만 바글바글 이랬죠. 허허허.”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어릴 적 언덕 위에 올라 덕산장을 내려다보면 시커먼 사람 머리만 보였다며 껄껄 웃는 상가번영회장의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해 보였다.
[소시장, 돼지시장, 어이쿠 주정뱅이들까지]
덕산장에는 별별 물건이 다 있었다. 손님들이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 놔야 돈을 벌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장사꾼도 많았고 손님들도 많았던 것이다. 특히 무슨 장사가 제일 잘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전부 다 잘되었다고 한다. 특히 덕산읍은 옛날부터 고추 농사를 많이 지었기 때문에 고추시장이 많고 잘되었단다.
이 덕산장에는 3대째 이어 내려온 세왕주조[옛 덕산양조장]가 있다. 옛날에는 그 세왕주조 맞은편에 소전[소시장]과 돼지전[돼지시장]이 섰다.
시장이야 원래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것만으로 재미있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던 일들은 주정뱅이 구경과 싸움 구경이었다고 조성계 상가번영회장은 말을 이었다. 근동에서 시장을 찾아온 어른들이 주막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주정을 부리다 한바탕 싸우기도 잘했다는 것이다. 시장이라면 그렇게 사람 냄새가 나야 되는데, 요즘의 장이 쓸쓸한 것은 어쩌면 예전의 주막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쓸쓸하게 웃는다. 옛 시절을 추억하다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로운 눈치였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