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701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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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문화·교육/교육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 710[백곡로 1504-12]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원보현 |
[개설]
진천종박물관은 한국 종의 연구·수집·전시·보존은 물론 기획 전시, 박물관 교육 및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한국 종의 예술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자 2005년 9월 개관하였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조사된 진천 석장리 유적이 있는 진천에 건립되어 그 의미가 깊다.
[한국의 범종]
불교가 전래된 뒤 삼국시대 범종은 한국적인 조형미를 정립하여 우리만의 독창적인 양식을 갖추었다. 7세기까지의 유례는 남아 있지 않으나 8세기에서 9세기 사이에 제작된 한국 범종은 최고의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인 상원사 동종은 형태나 소리, 무늬의 배치와 조각의 섬세함 등을 볼 때 통일신라 최고 전성기의 작품으로 여겨진다.
세계의 많은 학자들을 매료시킨 성덕대왕 신종 또한 이를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예이다. 최고의 예술미를 자랑하는 통일신라의 종은 현재 일본과 한국에 9구만이 존재한다. 한국에 5구, 일본에 4구가 있고, 탑본과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2구가 있다.
많지 않은 수의 신라 범종 중 6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진천종박물관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복원 또는 복제한 이 유물들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인 범산(梵山) 원광식[1942~, 성종사 대표] 명예관장이 직접 제작하여 기증한 것이다.
진천종박물관의 복원 유물로는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운주지[雲樹寺] 소장 종과 고묘지[光明寺] 소장 종, 6·25전쟁 때 깨져 복원한 선림원지 종, 청주 운천동 종, 오대산 상원사 동종, 성덕대왕 신종 모형과 축소 복제종이 있다. 이 밖에도 일본에 있는 고려 종인 천륜사(天輪寺) 소장 종, 원청사(圓淸寺) 소장 종 등 2구와 조선 종인 태안사 종, 수타사 종, 김룡사 종, 해인사 홍치4년명 종, 완주 송광사 종 등 5구가 전시되어 있다.
[한국 종의 전통 주조 기법을 찾아서]
원광식 주철장은 고대 종을 복원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300년의 세월 동안 맑은 소리를 내며 우리에게 기쁨을 주던 많은 종들은 이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형체만 보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들었던 그 아름다운 종소리를 후세에도 전해 줘야 할 것이 아닌가! 종의 생명은 소리일진대 우리 후세들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한국 종에 대한 연구와 개발은 퇴보하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하여 깊고 맑은 한국 범종의 소리를 전해 주고 싶었다.”
이러한 취지에서 진천종박물관은 야외에 타종 체험장을 설치하여 관람객이 직접 복원한 종을 타종하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였다.
원광식 주철장이 복원 작업을 시작한 것은 일본 고묘지[光明寺]가 소장하고 있는 통일신라 종의 복제품을 만든다는 소식이 계기가 되었다. 고묘지[光明寺]는 9세기 통일신라 종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종이 이젠 제 소리를 내지 못하니 복제품을 만들고 진품은 보물고에 소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이 종은 이렇게 하여 복제품과 진품이 한곳에 보관되어 있다.
이때가 1994년, 이때부터 원광식 주철장은 한국의 여러 사찰과 박물관을 돌며 이러한 방법으로 종을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권유하였으나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문화유산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안일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2005년 4월 낙산사 동종의 소실이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비록 자연재해로 소실되었다고는 하지만 오래전 상원사 동종을 지켜 냈던 노승의 일화를 떠올리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상원사 큰 법당에 불이 붙어 종각으로 번지려 하자 노승이 이 종을 지키고자 장독의 장을 가져오라고 하였다고 전한다. 옛날 승려들은 사원의 불구(佛具)는 말할 것도 없고 나무 한 그루도 내 몸처럼 아꼈다고 들었는데, 오늘 우리가 국보 상원사 동종을 간직할 수 있던 것은 이 고승의 혜택이라고 미술사학자 황수영[1918~] 박사는 전하고 있다.
물론 소방차가 불에 탈 정도로 낙산사 화재는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나 5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아름다운 종소리를 토하던 낙산사 동종이 임진왜란 때는 약탈의 파고를 넘었고, 6·25전쟁 때는 파괴의 위기를 두 개의 총탄 구멍으로 굳건히 이겨 낸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안타까움 속에 낙산사 동종은 원광식 주철장의 기술과 많은 학자들의 자료와 고증을 통해 1년여의 작업을 거쳐 2006년 10월 복원되었다.
낙산사 동종보다 앞서 복원된 선림원지 종 또한 6·25전쟁 때 월정사가 불타면서 함께 소실된 종이다. 발굴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황수영 박사의 자료가 있었기에 복원이 가능할 수 있었다. 만일 그 당시 학자들의 조사 자료가 없었다면 아무리 현재의 과학이 발달하였더라도 선림원지 종의 복원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현존하는 고대 종의 자료 조사와 연구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며, 문화재청에서도 국보급 유물들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편찬하고 있다.
종에 대한 연구는 그 종에 새겨진 명문을 해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종을 처음 주조할 때는 종의 이름과 시대, 조성 배경 등을 새겨 넣는다. 그 기록을 통해 우리는 그 종이 어느 시대에 어떤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 외에는 주조 방법이나 고리를 거는 기술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자료가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것만이 아닌 현재 사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와 자료 편찬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과거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기록해 두는 것이야말로 후세에게 줄 수 있는 값진 재산이 될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범종 제작 기술]
한국 범종의 제작 기술은 전 세계가 인정할 만큼 고도의 과학적 기술과 예술성을 겸비한다. 긴 여운을 남기는 한국의 종소리는 구조 설계부터 무늬 배치, 금속 합금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종의 외형과 내형 설계를 통해 종의 두께를 정하고, 무늬의 배열이 종소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정확한 자리에 배치한다.
상원사 동종의 경우, 연뢰 부분이 돌출됨에 따라 종구[종의 하단]가 좁아지도록 하고, 연곽과 연곽 사이에 비천상을 배치함으로써 전체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하였다. 성덕대왕 신종의 경우에는 연뢰 부분을 만개한 연꽃 모양으로 하고 종구 부분을 넓게 하였다.
범종은 불교의 법구로 사용된 만큼 불교 사상을 새겨 넣어 그 의미를 깊게 하였는데, 외국 종에서는 볼 수 없는 네 개의 연곽과 그 속에 있는 아홉 개의 연꽃은 사생구계(四生九界)를 의미하며 종신(鐘身)에 부조로 새겨진 조각상은 시대에 따라 비천상, 불상, 보살상 등으로 변화를 주어 표현하였다.
종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제작된다.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쪽 지역 그리고 일본은 주물사에 문양을 찍는 사형 주조 기법을 사용함에 따라 종에 특별한 무늬를 표현하지 않는다.
반면 중국 북쪽 지역과 한국은 밀랍을 사용하여 좀 더 화려하고 세밀한 무늬를 표현하였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양국 모두 밀랍 주조 기법을 전승하지 못하였다. 이후 2000년도에 이르러 지속적인 연구와 검증을 통해 한국에서 밀랍 주조 기법 재현에 성공하였고, 현재는 사형 주조 공법과 밀랍 주조 공법을 혼용하고 있다.
[영혼을 깨우는 소리, 신비한 울림]
한국의 종을 대표하는 것은 사찰에서 쓰이는 범종이다. 범종은 본래 법구 사물(法具四物)의 하나로 불교의 의식 도구로 사용된다. 법구 사물로는 운판, 법고, 목어, 범종이 있는데 각기 다른 세계를 깨우는 구실을 한다. 운판은 하늘의 생물을, 법고는 육지의 생물을, 목어는 수중의 생물을 깨우고, 범종은 미처 깨지 못한 미물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깨운다.
한국의 종소리는 ‘우우웅’ 하고 아기가 우는 듯한 신비한 울림이 특징이다. 이것을 맥놀이 현상이라고 하는데 진동수가 다른 두 개의 소리가 서로 간섭을 일으켜 소리가 주기적으로 세어졌다 약해졌다 하는 현상이다.
맥놀이 현상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로는 음통과 움통이 있다. 용뉴(龍鈕) 부분에 대나무 통처럼 생긴 관이 종 내부의 소리를 밖으로 빼 주는 구실을 하는데 이것을 음통[또는 음관]이라 하고, 종각 밑 부분에 항아리 독을 묻거나 일정 부분을 홈처럼 파주어 공명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움통[또는 명동]이라 한다.
서양 종이 주조한 뒤 종 내부를 일정하게 깎아 내어 맥놀이 현상을 없애는 것과 달리 동양 종은 내부를 다듬지 않고 주조된 상태로 놔두어 맥놀이 현상을 일으키도록 한다. 이와 함께 음통과 움통이라는 구조적인 장치를 더함으로써 한국 종소리는 긴 여운과 함께 뚜렷한 맥놀이를 갖게 된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국가적인 새해 타종 행사는 종소리를 성스럽게 여기는 우리 민족성을 대변한다. 중국에서는 종소리는 마지막을 의미하여 살아 있는 사람에게 종을 선물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범종 이외에도 우리는 어려서부터 교회, 성당, 학교, 두부장수의 종소리를 듣고 자랐다. 이제는 거의 사라져 추억의 종소리가 되었지만 새벽녘 들려오는 범종 소리, 성당의 종소리는 우리 곁에 남아 여전히 새로운 아침을 맞게 한다.
[세계 속의 종과 문화]
기원전부터 사용되던 종은 신호와 시간을 알릴 때 또는 사람을 모으고자 할 때 단순한 알림 기능을 하던 데서 나아가 악기로 사용되었고, 더 나아가 종교적인 의식 도구로 폭넓게 쓰여 왔다. 그만큼 넓은 영역에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종은 나라마다 매우 독특한 문화적 차이를 보이며, 재료 또한 유리·금속·나무·도자기 등 다양하다. 서양에서 주로 발달한 종은 데스크 벨이다. 주택의 공간 구조상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르기 위해 발달한 종으로 부엌용, 현관용, 서재용 등 다양한 생활 도구에 벨을 첨가하여 만들었다.
동양에서는 주로 주술적·종교적 도구로 쓰였고, 생활 속에서는 워낭 따위의 방울이 발달하였다. 이처럼 종을 통하여 각 나라의 생활상과 종교적 특징을 함께 알 수 있다.
[진천 문화 발전소 구실을 하는 진천종박물관]
진천종박물관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 원광식이 평생 수집하고 직접 제작하여 기증한 150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2005년 개관 이후 종 전문 박물관의 특성을 살리면서 지역의 대표 박물관으로서 교육과 문화 소통의 장 구실을 충실히 함으로써 전국의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전시된 유물만 보는 관람형 박물관이 아닌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 충족형 박물관으로 인식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전시실에는 밀랍 주물 기법으로 재현한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범종과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근대까지 사찰에서 사용하던 범종이 전시되어 있으며, 밀랍 주물 기법으로 범종을 제작하는 과정과 한국 종소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리 구조의 특징 등을 과학적 자료를 통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아울러 매년 다른 주제로 세계 속의 종과 문화를 알 수 있는 세계의 종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 이후로 사라진 우리의 전통 범종 제작법인 밀랍 주물 기법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 원광식 주철장이 그 기술을 전승하고자 2011년 완공 예정으로 주철장 전수교육관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진천종박물관과 더불어 진천의 문화 교육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이곳에서는 전수 교육자, 일반인 교육을 구분하여 레지던트 프로그램과 체험 교육을 병행할 계획이다.
진천종박물관에서 한국 종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은 뒤 실제 종을 제작하는 전수교육관을 통해 좀 더 구체화된 문화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진천역사테마공원 안에 있는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 진천종박물관, 주철장 전수교육관은 진천의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