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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잘하는 선비 이야기」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701622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 합목리
집필자 이동석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민담|소담(笑談)
주요 등장인물 선비|하인|동자승
모티프 유형 건망증 심한 선비

[정의]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 합목리에서 잊기 잘하는 선비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 합목리 주민 강용모[남, 36]가 구연한 것을 채록하여 1983년 충청북도에서 출간한 『민담민요지』에 수록하였다.

[내용]

옛날 어느 고을에 글공부만 하는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선비는 글을 읽어도 금방 잊어버리고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릴 정도로 기억력이 나빴다. 어느 날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가 봄기운에 취해 시 한 구절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마상(馬上)에 봉한식(逢寒食)하니” 그러나 그 다음이 생각이 나지 않아 몇 번이고 같은 구절만 되풀이하였다.

그러자 보다 못한 하인이 “도중(途中)에 송모춘(送暮春)이라” 하고 다음 구절을 읊조렸다. 이것을 들은 선비는 무릎을 탁 치며 “네가 어떻게 그리 글을 할 줄 아느냐? 참 기특하구나!” 하고 칭찬하였다. 그러나 하인은 마당을 쓸 때마다 선비가 읊조리던 것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외웠을 뿐이었다. 본인이 수도 없이 읽었던 시를 선비는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루는 선비가 이웃 마을에 가기 위해 나귀를 타고 집을 나섰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나귀는 갈 바를 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나귀가 대문에 들어서려는 순간 선비가 잠에서 깨어났다. 선비는 나귀가 남의 집 대문으로 들어가는 줄 알고 마중 나온 부인을 몰라보고 내외를 하느라고 고개를 돌리고 얼른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고 한다.

또 선비는 걸어서 나들이를 할 때는 한 손에 담뱃대를 들고 양팔을 앞뒤로 내저으며 휘적휘적 걸었는데, 담뱃대를 쥔 손이 앞으로 나올 때는 담뱃대가 눈에 보였지만 손이 뒤로 갔을 때는 담뱃대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담뱃대를 쥔 손이 뒤로 가기만 하면 “어허, 내 담뱃대가 어디 갔더라?” 하고 놀라다가도 손이 앞으로 나오면 “아하, 여기 있었군!” 하고 안심을 했다. 이러한 식으로 손을 앞뒤로 흔들어 담뱃대가 보였다가 보이지 않을 때마다 혼잣말을 지껄였다고 한다.

어느 날 선비가 커다란 재를 넘어 처가에 가던 길에 고개 마루턱에 이르렀는데, 마침 어린 동자승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선비가 동자승에게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자 동자승은 고개 너머까지 간다고 대답하였다. 잠시 쉰 선비가 다시 고개를 향해 길을 떠나자 동자승도 일어나 선비의 뒤를 따라 걸었다. 선비가 얼마쯤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어린 동자승이 따라오고 있었다. 선비가 동자승에게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자 동자승은 고개 너머까지 간다고 대답하였다.

다시 얼마쯤 가다가 선비가 뒤를 돌아보니 동자승이 따라오고 있어 다시 동자승에게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동자승은 고개 너머까지 간다고 대답하였다. 또 얼마쯤 가다가 동자승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더니 동자승이 다시 고개 너머까지 간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선비가 하는 말,

“어허, 고개 너머에 큰 재(齋)가 있는 모양이군. 아까부터 아기 스님과 똑같이 생긴 동자 스님이 서너 분 벌써 가셨소. 아기 스님도 거기에 가시는 게 아니오?” 이 말을 들은 동자승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선비를 앞질러 급히 걸어갔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잊기 잘하는 선비 이야기」의 주요 모티프는 ‘건망증 심한 선비’이다. 누구든지 완벽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기억력이 뛰어나게 비상한 사람도 있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있다. 「잊기 잘하는 선비 이야기」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로서, 실화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재미를 위해 가공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현실 상황에서는 바보와 같은 약자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사회 통념상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설화나 민담에서의 약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단지 웃음을 선사할 뿐 결코 약자에 대한 조롱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잊기 잘하는 선비 이야기」 속의 선비는 현실 상황에서는 약자로 볼 수 있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웃음을 유발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수정이력]
콘텐츠 수정이력
수정일 제목 내용
2019.10.22 읍 승격에 따른 행정지명 수정 덕산면 -> 덕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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