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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7C030101
지역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삼덕리 1구 하덕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보은

삼덕리 하덕마을 김상근 할아버지 댁을 찾아간 날, 할아버지의 부인인 조숙자 할머니가 대문 앞에서 콩을 털고 있었다.

흔히들 부부는 살아가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희로애락을 같이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옛 어른들은 말한다. 조숙자 할머니와 김상근 할아버지를 본 첫인상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매로 느낄 만큼 상당히 많이 닮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선하게 웃는 모습과 부드럽게 나 있는 눈가의 주름까지 닮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두 분의 금슬이 참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우리는 하덕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두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자 집안 귀한 딸을 아내로 삼기까지]

조숙자 할머니가 먼저 김상근 할아버지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두 사람은 중매로 결혼을 했는데, 당시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를 소개해 준 마을 어른이 동네에서 아주 점잖고 신망도 높은 사람이었기에 신랑 될 사람이 착실하고 돈도 잘 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시집을 가도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시집을 와 보니 마음은 착하고 사람은 좋았으나,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아주 헛일로 어려운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결혼 후 할아버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할머니와 함께 살림을 시작한 터라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었는데, 할머니는 그 사실이 매우 서운했다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집안사람들이 다 학자들이라서 남보다 더 유식하고 똑똑한 집사람을 얻을 수 있겠다 싶어서 매우 좋았다고 한다. 또 인물도 예쁘다고 하여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신부를 기다렸단다.

당시에는 혼인식을 하는 당일에 신랑 신부가 처음 얼굴을 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처음 보고 일단은 참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 할머니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할머니의 평소 행실은 어땠는지, 학교 다닐 적에 공부는 잘했는지 확인해 봤다고. 그리고 알아본 결과 할머니는 1학년 때부터 6학년 졸업할 때까지 1, 2등을 다퉜다고 한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인물도 예쁘고 똑똑한 집사람을 얻게 되어 기뻤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운명인가 보다 하고 또 살어!]

할아버지는 원래 경찰이 직업이었으나 결혼과 동시에 경찰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굳이 경찰이란 직업을 그만두고 시골로 돌아온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복잡한 정치적인 이유라고만 대답했다. 확실한 것은 심성이 착한 할아버지와는 맞지 않는 직업이었던 것처럼 보였다.

“거기 경찰에서 나와서 농사 하는 게 쉬워? 고생만 죽사라게 하고 지금까지 늙은 농부가 됐어.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아휴, 생활하는 데 고생이 무지 되더라고. 원망을 어떻게 햐. 내 주어진 원망이랄까, 운명인가 보다 하고 또 살고 또 싸우고 그랬지 뭐.”

당시 한 가정을 책임지고 살아가야 할 할아버지가 경찰이란 직업을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서로 싸우면서도 평생을 의지하며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1원을 벌어 2원을 쓰더라도]

즐거웠던 적이 더 많았지만 그때만 해도 너무 가난하여 고생이 많았다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시골과 도시의 현황을 말해 줬다.

“지금은 좋은 줄 알어. 지금은 뭐 실업자 대란이다 뭐다 하는데 옛날에는 독거노인 들여다보지도 않았어. 저도 못 먹고 살았는데 뭐.”

할아버지는 옛날에 도시에서 살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그래도 세상인심이 참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옛날에도 다들 못살던 때라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그려. 서울 같은데 쪽방 생활하고 못 사는 데가 방 한 칸에서 셋방 뭐 거기서 산동네 살아 봐. 시골에 오면 그래도 안 좋은 집이래두 능력만 있으면 고쳐서래두 훤하게는 살 수 있잖어. 그리고 터라도 넓으면 텃밭 가꿔서 자기 자급자족 다 할 수 있잖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시골 생활이 힘들다고 해도 어떻게 보면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농촌은 빈부 차이가 없고, 남들보다 돈이 많아도 소박하고 겸손하게 살기 때문이란다.

[정보제공]

  • •  김상근(남, 1922년생, 삼덕리 1구 하덕마을 주민)
  • •  조숙자(여, 1930년생, 삼덕리 1구 하덕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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