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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7C020201
지역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삼덕리 3구 상덕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박종호

진천읍 삼덕리 덕문이들 한가운데에는 삼덕정이 있다.  삼덕리 사람들은 삼덕정을 ‘육각정’ 혹은 ‘팔각정’이라 부르고도 있으나, 직접 찾아가서 현판을 확인해 보니 ‘삼덕정’이란 이름으로 세워진 정자였다.

넓은 덕문이들 한가운데 작은 동산처럼 자리한 삼덕정은 수풀이 자라는 봄여름에 찾아가면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 그 모습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삼덕리옹암마을상덕마을, 하덕마을삼덕정과 가장 가까운 상덕마을에서 정자가 지어진 유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삼덕정은 들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논일을 갈 때가 아니면 일부러 찾아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상덕마을 사람들은 2010년 마을 입구 쪽이나 노인회관 근처에 마을 쉼터로서 정자를 다시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2009년 대동계에서 마을 정자 건립 계획의 논의될 만큼 상덕마을에는 쉼터가 필요한 듯 보였는데, 삼덕정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해 매우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꼼짝도 못했던 벼 베던 날]

삼덕리 상덕마을 주민들을 만나 삼덕정이 세워질 당시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삼덕정이 세워져 있는 덕문이들은 오랜 옛날부터 생거진천쌀이 생산되는 비옥한 들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 대통령이 와서 벼를 베고 그 뒤 삼덕정을 세웠다는 사실은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비교적 생생히 살아 있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벼를 베는데 왜 대통령이 올까 하고, 참 우스운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단다. 다른 일도 아니고 벼를 베는 보통의 일에 대통령이 직접 와서 해 보고 마을을 시찰한다는 것이 진천군과 같은 소도시에서 일어날 수 없는 커다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덕문이들을 찾아온 날 마을에서는 잔치를 열 정도로 크게 환영했다. 그때만 해도 마을 사람들 생각에,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서서 벼도 베고 어울릴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벼를 벨 때는, 마을 사람들 모두 대통령과 함께 온 경호원들에게 저지를 당하는 바람에 꼼짝도 못하고 먼발치서 구경만 했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경호원들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고 옛일을 떠올렸다.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벼를 베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나갔던 마을 사람들은 경호원들의 위압적인 모습에 압도당하여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조심조심 했었다고 한다.

당시 다른 어느 지역보다 벼농사도 잘되었던 덕문이들을 대통령이 방문하여 직접 낫을 들고 벼를 베는 모습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지금도 마을 어른들은 당시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이 그렇게 시골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새마을운동도 잘 되고 농사짓는 사람들도 자부심을 갖고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낫 손잡이를 거즈로 칭칭 감은 사연]

2009년 12월 26일에는 상덕마을에서 대동계가 열렸다. 대동계 행사에 참여하던 중 상덕마을 토박이자 이야기꾼으로 불리고 있는 조금년 씨를 만나 삼덕정이 지어질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조금년 씨가 당시 54세였다고 하여 연대를 추정해 봤더니, 약 24년 전인 1986년대쯤의 일이었다.  덕문이가 농사가 잘 된다고 전두환 대통령이 직접 와서 벼를 벤다는 소식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논이 그 대상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당시 조금년 씨네 논 24마지기도 포함되었다.

대통령이 와서 벼를 벤다고 하여 마을에서는 마치 잔칫날과 같이 인절미를 찧고 잔치 음식을 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의 걱정거리는 대통령이 사용하는 낫이었다. 대통령이 벼를 베기 전 혹시라도 손을 다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마을 어른들이 의논한 끝에, 손도 안 다치고 깔끔한 인상도 주기 위해 새하얀 거즈를 낫 손잡이에 칭칭 감아서 준비해 놓았다.

다행히 대통령은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낫을 사용했고, 아무 사고 없이 벼를 베는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당시 조금년 씨는 대통령이 사용했던 낫이니까 집안 대대로 가보로 삼아야겠다고 가져다 놨는데, 누가 가져갔는지 어느 날 보니까 사라져 버렸다고 당시의 상황을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날, 대통령 일행은 서울에서 자신들이 먹을 도시락을 모두 준비해 왔으나 대통령은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을 먹고 도시락은 먹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마을 사람들의 기억에 이런 대통령의 모습이 매우 친근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어쨌든 삼덕정은 그때 전두환 대통령이 덕문이들에 와서 벼를 벤 것을 기념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그날 이후 삼덕리 사람들은 대통령이 마을을 방문하고, 그 기념으로 삼덕정을 짓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현재까지도 소중한 추억거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보제공]

  • •  조숙자(여, 1930년생, 삼덕리 1구 하덕마을 주민)
  • •  조금년(여, 1932년생, 삼덕리 3구 상덕마을 주민)
  • •  김춘자(여, 1940년생, 삼덕리 2구 옹암마을 주민)
  • •  유신호(여, 1942년생, 삼덕리 3구 상덕마을 주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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