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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7B010204
지역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 용몽리 몽촌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영숙

[연꽃방죽이 어찌 생겼는지 궁금하지?]

용몽리 몽촌마을 입구에서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정자가 보이는데, 바로 그 앞으로 신기할 만큼 아름다운 연꽃이 하나 가득 핀 연꽃 방죽이 펼쳐져 있다. 조선 후기 채진형 선생이 마을을 일구면서 만들었다는 두 개의 방죽 중 하나이다.  몽촌마을이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이 연꽃 방죽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연꽃이 수놓은 방죽의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몽촌마을 토박이 채건병 할아버지가 방죽에 대해 들려주었다.

“거기에 연꽃이 있기 전에는 순채를 심었어. 그 양반이 그러니까 채진형 선생이 방죽을 놓아서 순채를 심었지. 나 어려서도 말이여, 지금은 거기가 경로당 자리인데 거기에 글방이 있어서 글을 배웠어. 근데 선생이 잠깐 쉬는 사이에 순채를 따와라 하면, 가서 순채를 이렇게 따다 먹고 그랬는데 말이여. 그 순채가 다 없어지고 지금 또 연꽃이 있는 거야. 그때는 연이 없고 순채만 있었어.”

채건병 할아버지는 그러면서 방죽에 연꽃이 무성하게 핀 연유를 말씀해 주었다.

“나 어렸을 때 학교 다닐 적에 저 옥동공립초등학교[현 옥동초등학교]를 다녔거든? 거기 다니면서 대옥동에 연방죽이 있어. 거기서 난 연방죽에서 연밥을 따다가 이 방죽에다가 막 집어던졌더니 그때 생긴 거지. 연밥을 따다가 방죽에다 심어 던지니까 그게 거기서 나온겨. 그거 내가 그렇게 한 건데? 한 50년 되었지.”

[용왕의 아들이 시켜 만든 방죽]

『진천군지』에는 몽촌 방죽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옛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옛날 어느 선비가 인적도 드물고 경치가 아름다우며 공기 맑은 곳에 움막을 하나 짓고 과거를 보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였다. 어느 날 선비가 공부를 하다가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 흰 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나서 말하기를,

“놀라지 말고 잘 들어라. 나는 용왕의 아들로 어느 날 용궁을 나섰다가 우연히 예쁜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아버지 용왕에게 발각되어 벌을 받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그 벌로 인간 세상에서 3년 동안 반성을 하며 살라 하셨다. 3년 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훌륭한 용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지면 부르신다고 하셨으니, 너는 앞으로 3개월 안에 이 골짜기에 마을을 세우고, 저 앞의 벌판에는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막아 커다란 방죽을 만들어라. 그러면 내가 그곳에 내려와 살겠다.

만일 네가 이렇게 해 주면 너에게 신통한 글재주를 주겠다. 그리고 네가 세운 마을은 가뭄과 홍수의 피해 없이 농사가 대풍하여 번성하게 해 주겠다. 그러나 네가 약속을 어기면 너의 가족들에게는 불행한 일이 겹칠 것이니 명심해라. 꼭 약속을 지켜다오. 그럼 빨리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거라.”

하고 사라졌다. 선비는 벌떡 일어나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는, 곧바로 이사를 하고 방죽을 만들고 마을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여 방골마을이 형성되었으며, 3개월 동안의 피나는 고생 끝에 방죽도 완성되었다. 용왕의 아들은 3년 동안 이 방죽에 와서 살다가 무사히 용궁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그리하여 선비도 마침내 급제하여 행복하게 나랏일을 돌보았고, 또한 이 마을도 해마다 풍년이 들었다. 다른 마을은 가뭄과 장마가 심하여 견딜 수가 없어도 이 마을은 끄떡도 안 했다 한다. 그 후로 다른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사를 와서 살게 되었다 하며, 마을 이름을 몽촌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꿈같은 마을]

용몽리 몽촌마을은 여름만 되면 방죽 가득 핀 연꽃으로 인해 마을 가득 연꽃 특유의 냄새가 퍼진다. 지친 몸을 연꽃 방죽 앞 정자에 뉘여 눈을 감으면 바람이 살랑살랑 불며 연잎들이 사락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마치 바깥세상과는 다른 곳인 것처럼 차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잠시 쉬다가 방죽 맞은편에 설치해 놓은 벤치로 가면 마을 앞 푸르른 논과 깨끗한 하늘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곳에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면 마음까지도 노을빛으로 물드는 느낌이다. 정말 꿈같은 마을이 아닐 수 없다.

그쯤해서 한여름의 열기에 목이 마르다면 우물로 가면 된다. 방죽에서 우물로 내려가는 길에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그 나무들에는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 줄 만한 명언들이 걸려 있다. 마을이 참 예쁘다고 말하자 채건병 할아버지가, 이장을 비롯해서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나무도 심으면서 예쁘게 가꾼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4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의 젖과 꿀이 되어 준 시원한 우물에서 물 한 잔을 마시면, 마을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마을을 가꾸고 자랑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보제공]

  • •  채건병(남, 1933년생, 용몽리 몽촌노인회장)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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