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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승 벼루 이야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701608
한자 九政丞-
영어의미역 Story of Nine Senior Ministers-Inkstone
이칭/별칭 「구정승 벼루」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진암리
시대 조선/조선 전기
집필자 박명순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전설|보은담|지명 유래담
주요 등장인물 이처사 내외|걸인|백발노인
관련지명 구정승 벼루|도봉사
모티프 유형 선행을 베푼 이처사 내외|옥동자를 점지해 준 백발노인

[정의]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진암리에서 구정승 벼루에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영구리 주민 최상주[남, 56]가 구연한 것을 채록하여 1997년 서원대학교 호서문화연구소에서 출간한 『진천의 민속』에 수록하였다.

[내용]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진암리구정승 벼루라는 곳이 있다. 진암리에는 우뚝 솟은 9개의 산봉우리가 있는데, 이곳에 조선 성종 때 마음씨가 착하고 어린 이처사 내외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사는 청빈한 선비로서 구차한 살림에 쉰이 넘도록 슬하에 자식 하나 없어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느 동짓달 눈보라가 치는 겨울밤이었다. 이처사 내외는 그날도 근심 속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이처사가 “임자, 오늘날까지 임자를 고생만 시켜 미안하기 그지없소.”라고 말하자 부인은 “아니 괜찮습니다. 근데 나이가 나이니 만큼 걱정이 되어 죽겠습니다.” 하며 “임자를 만나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사오나 오직 슬하에 혈육이 없어 선조의 향화(香火)를 끊게 되었으니 소첩의 죄가 죽어 마땅합니다. 그러나 모진 목숨이 임자의 덕으로 살고 있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이처사 내외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이처사가 꿈속에서 ‘사람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어 보니 문 밖에서 한 걸인이 눈을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이었다. 이처사는 얼른 걸인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와 부인에게 “부인은 윗목으로 올라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걸인에게 “아랫목으로 내려오시오.” 하고 권하며 이불을 깔아 주니 걸인은 고맙다고 하며 아랫목으로 가서 누웠다. 그런데 등잔불에 비친 걸인의 모습을 살펴보니 얼굴과 목에 종기가 많이 난 문둥이의 형상이었다.

이처사는 부인에게 살며시 손님이 찾아왔으니 저녁을 올리라고 말하였다. 이처사도 부인과 함께 부엌으로 나갔다. 부인은 이처사에게 “밥을 지을까요, 죽을 쑬까요? 마침 좁쌀이 아침거리밖에 안 되는데 지금 밥을 지으면 내일 아침은 굶는데요.” 하는 것이었다. 이처사는 “여보, 그래도 모처럼 오신 손님이신데 밥을 지어야지요.”라고 말하였고, 이처사 내외는 밥을 짓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걸인에게 따뜻하고 인정 넘치는 목소리로 밥을 권하니 걸인은 부스스 일어나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우고는 다시 잠자리에 누웠다. 걸인은 잠들기 전 이처사에게 “주인 양반! 보시다시피 온몸이 종기투성이라 따뜻한 곳에 있으려니까 몹시 가렵습니다. 목욕 좀 하고 싶으니 목욕물 좀 데워 주실 수 없으신지요?” 하였다.

이처사는 귀찮다는 기색도 없이 부엌으로 나가 목욕물을 데웠다. 부엌에서 나오려고 하자 걸인은 이처사에게 등까지 밀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처사는 걸인의 종기투성이 등을 정성껏 밀어 주었다. 그때서야 걸인은 이처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먼저 들어가라고 하며, 자기는 온몸의 물기를 닦고 옷을 입고 들어가겠다고 하였다.

이처사는 걸인의 말대로 먼저 방으로 들어왔다. 이처사는 이제나저제나 손님이 들어오길 기다리다가 기척이 없어 다시 부엌으로 나갔는데, 손님은 온데간데없었다. 사방을 찾아도 없고, 사립문 밖에는 흰 눈이 쌓였는데 사람의 발자국도 없어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들어와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 생각하며 뒤늦게 잠이 들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이처사는 잠에서 깨자마자 부인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잠이 깊이 들었는데 밖에서 ‘이처사님’ 하고 부르기에 문을 열고 내다보니 어떤 백발노인이 ‘그대들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렸으니 활인지덕(活人之德)을 베풀었소. 내일 도봉사에 올라 목욕을 하고 천제(天祭)를 지내면 옥동자를 낳아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리다.’ 하시며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게 아니겠소!”

이처사의 꿈 이야기를 들은 부인은 깜짝 놀라며 “어쩌면 내 꿈과 그렇게도 똑같을까요!” 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자식이 없어 신령님이 우리를 도와주시는 것”이라고 말하고는 목욕을 하고 천제를 지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 이처사 부인에게 태기가 있었고, 얼마 후 옥동자를 낳았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과거에 급제하여 정승에 올랐다. 이후로 이처사 집안은 대대로 번성하여 구정승이 났다 하여 후세 사람들이 이곳을 ‘구정승 벼루’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구정승 벼루 이야기」의 주요 모티프는 ‘선행을 베푼 이처사 내외’와 ‘옥동자를 점지해 준 백발노인’이다. 구정승 벼루의 유래를 담은 지명유래담이자 착한 자는 복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형(勸善懲惡型) 보은담의 한 유형이다. 병든 사람을 돌봐 주고 나중에 복을 받는다는 내용의 민담이 많은데, 우리가 잘 아는 「흥부전」에서 제비의 다리를 고쳐 주고 복을 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는 것이다.

「구정승 벼루 이야기」는 한밤중에 찾아온 걸인을 박대하지 않고 정성껏 돌봐 준 어느 가난한 선비 부부의 선행을 그리고 있다. 자신은 먹을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걸인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또 고름이 나는 걸인을 목욕까지 시켜 주는 선비 부부의 선행은 우리 민족이 공유한 인정의 참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구정승 벼루 이야기」에서 말하는 권선징악은 설화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 왔으며, 선행 속에 삶의 참다운 의미가 있다는 소박한 인생관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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