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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7B020303
지역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 용몽리 시장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영숙

상가번영회장을 맡고 있는 ‘왕자신발’ 사장 조성계 씨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가 바쁠 때는 안주인인 아주머니가 가게를 본다. 두 사람은 인심 좋게 손님들에게 칭찬을 건네고, 처음 보는 사람도 반가이 맞이하여 준다. 장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신발 장사에 누를 끼쳤을 법도 한데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대접을 잘해 주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것이 시골 장터에서 느낄 수 있는 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머리 깎으러 온 손님이 그냥은 안 가지]

조성계 씨는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역시 상인은 서비스가 좋아야 살아남고 인정을 받는 것이라며 서비스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특히 어떤 가게들이 서비스가 좋은지에 대해 물어 보았다. 그러자 두 내외가 한 입으로 ‘금잔디미장원’이란 곳을 언급하며, 그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금잔디미장원의 아주머니는 머리를 하고, 남편은 손님을 태워서 오는데, 손님이 어디서 오라고 전화를 하면 두 말도 않고 모시러 간단다. 셋만 모여 있어도 “오시오” 하면 얼른 가서 모셔다가 머리를 하고 나서 또 집까지 태워다 준다. 그래서 덕산장에 있는 미장원까지 오기가 힘들고 차편도 좋지 않은 손님들은 ‘콜택시’ 부르듯 미장원 아저씨를 부른다고 한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콜택시나 콜밴을 불러서 외출하는 모습은 익히 듣고 보기도 했지만 직접 가게에서 손님을 태우러 간다는 말은 처음 들어 봤다.

“두 내외가 나이를 먹어서도 그런 서비스를 합니다. 그런 분이 덕산시장에도 기여를 하는 거죠. 사람들이 머리 하러 나와서 머리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나온 길에 뭐도 산다고요. 그러니 그 양반이 참 고맙죠.”

사람들이 머리를 하러 온 김에 덕산시장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가지고 돌아가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는 것이다.

물론 금잔디미장원 부부야 자신들의 장사를 위해 그런 서비스를 하는 것이지만, 덕산시장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한 명이라도 손님들을 끌어 모아 주는 일등 공신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조성계 씨는 상가번영회장으로서 느끼는 고마운 마음을 아낌없이 내비쳤다. 그러면서 다른 상가들에서도 손님들을 편하게 왕처럼 모시는 마음가짐을 배워야 하고 또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찍 문 여는 상점이 손님을 많이 받는겨]

그럼 ‘왕자신발’은 어떤 서비스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조성계 사장이 껄껄 웃으며, “일찍 문을 열고 늦게 닫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고는 예전에 진천읍 사람이 덕산까지 와서 신발을 사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사람 신발이] 구멍이 났는데 운동화가 필요한데 빨리 사가야 될 거 아닙니까? 근데 진천은 9시나 되어야 여는데 9시까지 기다릴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덕산으로 온 거죠. 그래서 우리 집으로 왔어요. 그래서 이른 시간에 신발을 한 번 팔아 봤어요. 허허허.”

예전에 진천읍내에서는 상가 문을 9시나 되어야 열고 덕산읍 상인들은 6시에 열었다고 한다. 그때 느낀 것이 있어, 지금도 여전히 아침 일찍 문을 연다고 조성계 사장이 말을 이어간다.

요즘도 조성계 사장은 6시면 2층에서 내려온다고 한다. 내려와서 운동을 다녀왔다가 6시 40분에 문을 연다. 물론 여름처럼 농촌이 한창 바쁠 땐 6시부터 농민들이 물건을 사러 오기 때문에 무조건 6시면 문을 열어 놓는다.

“문을 쪼끔 늦게 열면 뒤지게 혼나요. 여태껏 안 여냐고. 농민들은 부지런하니까 일찍 나와서 사 가지고 가서 일하려고 하죠. 그게 농촌 장입니다.”

여름에는 왕자신발뿐만 아니라 식품이나 잡화를 파는 상점들도 새벽 6시에 문을 연다. 그 중에는 새벽 2시까지 장사를 하는 집도 있는데, 그래도 어김없이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6시에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단다.

부지런한 손님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일찍 여는 것이 바로 농촌 장으로, 그것은 ‘왕자신발’만의 서비스가 아니라 덕산시장 모든 상가가 마찬가지라고 조성계 씨는 힘을 주어 말했다. 덕산시장 상인들은 물건을 찾는 손님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손님을 감동시키는 그런 마음을 모두 다 가지고 있었다.

[정보제공]

  • •  조성계(남, 1945년생, 용몽리 상가번영회장, 왕자신발 운영)
[수정이력]
콘텐츠 수정이력
수정일 제목 내용
2019.09.25 읍 승격에 따른 행정지명 수정 덕산면 -> 덕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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